본문 바로가기
리뷰/독후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의 질서 그리고 분류

by Palbang ming 2023. 2. 1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 : 룰루 밀러
출판 : 곰출판
출간 : 2021.1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자연의 질서 그리고 분류

 

이렇게 소설같지만 소설이 아닌 책은 처음 읽어본 것 같다.

 

데이비드 조던은 별, 식물에서 시작해서 나중엔 물고기를 분류하는 것에 집착하고, 나중엔 우생학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고, 자신의 학장직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수많은 사람과 사실을 거짓으로 만들면서까지 자신의 지위를 보존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왔던, 예를 들어 유명한 박물학자 아가시가 개최한 캠프에 선발되어 가꿔지지 않은 자연의 작은 섬에 가서 물고기 분류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나, 지진과 화재로 분류해 놓았던 물고기 병들이 소실되고 깨져서 엄청난 피해를 본 것, 그러고도 분류를 멈추지 않은 것, 그리고 우생학 지지 및 불임화 지지를 했음에도 최근까지 그의 이름이 스탠퍼드 대학과 인디애나 대학의 건물명으로 남아있었다는 것 등이 모두 한 사람에게 일어났던 일이라는 걸, 소설이 아니라고 한다면, 바로 믿을만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평소에 내가 잘 읽지 않았던 장르이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모든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 한 생명체의 삶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까지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한 번 읽고 덮어버리기엔 생각할 내용이 무척 많은 책이었다. 다시 보려고 붙여놓은 포스트잇 개수가 심상치 않다.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독후감을 쓰지 못해, 인상적이었던 부분들 몇 가지만 적어보려고 한다.

 

1."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가라" - 저자의 아버지가 한 말.(p.57)

2.다윈은~ 그 모든 복잡한 분류 단계(속, 과, 목, 강 등)가 인간의 발명품일 뿐이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3.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 이렇듯 아이디어를 상상의 영역에서 세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운송 수단인 이름 자체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사상에 따르면, 이름이 존재하기 전까지 개념들은 대체로 불활성 상태에 있다고 한다. (p.93)

4.실제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남들을 더 잘 도우며, 더 지적이고, 우연한 사건들을 가능한 정도보다 훨씬 더 잘 통제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꾸준히 확인됐다. (p.138)

5.거의 모든 말과 반응에서 메리가 얼마나 애나를 고마워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메리는 인형을 사랑하는 친구에게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랑을 지지해준다. (p.224)

6.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p.227)

7.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었다. (p.250)

8."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p.262)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큰 힘이 되어 줄 책을 만난 것 같다.


책을 읽은 후 독서모임에 참여하여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이야기의 끝에 굳이 결론을 내리자면, 만들어져 있는 질서 속에, 잘못 만들어진 것들이 있다면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혼돈과 질서 그 사이, 나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적정한 선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나'의 인생을 사는 것.

한 번 읽고 덮기에는 너무 아쉬운 책이어서,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