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제5도살장
저자 : 커트 보니컷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1969
제5도살장
- 뭐 그런 거지.
독서모임에서 선정되어 읽게 된 책. 내 취향에 맞게 읽었다면 아마 읽을 일이 없었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나 전쟁쪽에는 영 관심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빌리가 현재, 과거, 미래를 넘나들고, 이상한 외계행성에도 갔다오고 하다보니 정신이 없고 무슨 말 하는거지 싶어 대충 읽었다. 하나하나 자세히 읽기에는 좀 힘들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생각보다 재밌게 읽혔다. 블랙유머라고 하는 것들이 잔잔하게 깔려있어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가지 인 것 같다.
1. 시간에서 풀려났다.
과거, 미래, 현재 모두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그 시각이 특이했다. 전쟁을 겪고 난 후 인간의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껴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삶에 대한 큰 희망이 남지 않은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적인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불안정한 전후의 심리상태를 이렇게 표현한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독서모임에서 토론을 했던 한 분은, 그냥 빌리가 정신병(조현병이라고 했던것 같다.)에 걸린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해석해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2. 뭐 그런 거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사소한 일들로 인해서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쟁이 일어나는 그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으며, 목숨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볍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죽은 사람들의 인생도 비참했지만, 살아남은 자의 인생도 정상적이지 못한다. 뭐 그런 거지. 라는 말에서는 엄청난 허무함이 느껴진다.
가끔 영화관에서 전쟁 영화를 보거나, 학생 때 역사 수업을 들을 때만 전쟁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전쟁의 참혹함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엄청난 서론 본론 결론도 없으며, 그냥 물흐르듯 읽다보면 끝나는 그런 책. 조용하고 담담하게 전쟁의 모든 모습을 담고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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